본문 바로가기
잡담

[잡담] 내가 가장 많이 본 영상

by 서원두 2022. 9. 17.
전설의 아이폰 1세대 키노트 풀영상

내가 인생에서 가장 많이 본 영상은 바로 2007년에 스티브 잡스가 발표한 아이폰 1세대 키노트 영상이다. 지금 남아있는 풀 영상은 이거뿐이라 이걸 올린다.

모든 순간이 전설이 된 키노트

최근 사람들이라면 이게 뭐가 대단하냐고 하겠지만, 내 또래거나 나보다 더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면 이 영상은 IT 업계를 한 방에 바꿔버린, 전설 중의 전설과도 같은 키노트라는 것을 알 것이다.

이 키노트가 전설이 된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1. 2007년 당시에 대기업 CEO가 후줄근한 차림으로 어슬렁거리면서 발표하는 건 굉장히 보기 드물었고, 위트 있게 발표하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었다. 당장 위의 영상의 1:08:39 즈음부터 시작되는 at&t CEO의 발표와 비교해보자. 자고로 at&t는 미국의 3대 통신회사 중 하나다. 위 영상에서의 스티브 잡스와 당시 at&t CEO였던 스탠 시그먼Stan Sigman의 단상 위 모습 차이는 극과 극이다.
  2. 현재의 시선으로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프레젠테이션 구성과 제스처를 통해 핵심(+ 약간의 과장)을 콕콕 집어준다. 즉, C-level이 제품에 대한 굉장한 이해도를 보여줌과 동시에 깔끔한 발표를 이어나가며 소비자에게 제품에 대한 신뢰를 주는 현대식 프레젠테이션의 시초라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과거에도 비슷한 프레젠테이션을 한 C-level이 있지만, 이 프레젠테이션보다는 영향력이 덜했다.
  3. 2007년 당시 컴퓨터 회사였던 애플(놀랍게도 이 당시의 사명은 Apple Computer Inc. 였다)은 이 키노트에서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립함과 동시에 컴퓨터만이 아닌 가전제품을 총괄하겠다고 천명하며 사명을 Apple Inc.로 바꿔버린다. 과거 스마트폰의 개념은 PDA로서 존재해왔지만 1세대 아이폰이 현대 스마트폰의 모든 개념과 틀을 정립한 이후로 PDA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또한 스마트폰 시장을 창조하고 부동의 1위가 되었다.
  4. 이 키노트 전후로 IT 업계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피쳐폰 시절의 왕좌를 강림했던 노키아와 블랙베리, 그리고 모토로라가 이 스마트폰의 흐름에 타지 않자 몇 년 만에 몰락해버렸고, 삼성전자는 애플이 만든 거대한 흐름을 뒤늦게나마 타며 안드로이드 진영의 1위가 되었다. IT 업계에서 거대한 흐름을 거부하는 순간 몰락한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엄청난 사건이다.

나는 이 영상을 2011년에서 2012년 사이에 처음 봤었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었다. 비록 나는 과거부터 애플의 폐쇄적인 정책 때문에 삼성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했지만, 이렇게 세련된 발표를 본 게 그 당시에 처음이기도 했고, 발표 자체가 굉장히 재밌었다. 또한 그 당시에 삼성이 갤럭시 S를 처음 내놓을 때이기도 해서 관심이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

이 영상을 어떻게든 더 이해하고 싶어서 거짓말 안 하고 하루에 한 번 정도 풀로 봤다. 1시간짜리를 풀로 본거 맞다.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 미친 듯이 봤으니 아마도 몇백 번을 봤을 것이다.

또한 이 영상뿐만이 아닌 다른 키노트들도 찾아서 당시 내 갤럭시 플레이어(...)에 집어넣고 봤다. 그 당시에는 스티브 잡스의 키노트 영상이 정말 재밌었다. 고등학생이라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재밌었고 이 발표를 따라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대단했었다.

이 키노트가 나에게 엄청난 영향을 준 것은 자명했다. 일단 덕분에 내 영어 귀가 뚫리기도 했고, 중학생 때까지 아무런 방향이 없었던 내가 IT 쪽을 장래희망으로 삼게 해 주었다. 발표 방법도 스티브 잡스의 키노트에 엄청난 영향을 받았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