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결산

[연말 결산] 2022년 서원두는 어떤 삶을 살았는가

서원두 2022. 12. 15. 00:36

처음으로 블로그 같은 기록 매체에다가 나의 연말 결산을 처음으로 적어본다. 여태 앞만 보면서 달리다가 처음으로 나를 뒤돌아 볼 시간이 생긴 것 같다. 앞으로 매년 연말에는 이런 식으로 한 해를 둘러볼까 싶다.

 

[2022년 1월]

인생 최악의 첫 한 해의 시작을 보낸 듯하다. 인턴직은 21년 12월 31일부로 종료되었고, 나는 학교에서의 연구가 미흡하다고 판단되어서 이미 작년(2021년) 2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1학기를 더 다니기로 확정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반년 더 한다!!!

사실 이는 어찌 보면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가까웠다. 약간의 변명을 더해도 바꾸기는 힘든 결과였다. 간단히 말하면, 연구 결과를 썩 좋게 낸 것이 전무했고, 연구 과정을 잘 따라가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대학원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요 가까이서 보면 재앙이다

다행히 인턴을 하는 회사에서 학교에서 잘 못했던 부분의 성장을 이뤄내긴 했지만, 최악의 팀워크를 보여주면서 교수님에게 한 소리를 들었었다. 이 때문에 팀워크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했고, 내가 좀 많이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필이면 작년 8월에 원주에서 살던 곳의 짐을 다 빼고 본가로 돌아갔던지라 부득이하게 재택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재택이 좋다고들 이야기하고 실제로도 좋다는 걸 느끼지만, 대학원과 같이 특수한 목적을 이뤄야 하는 때에 하는 재택은 정말 스님보다도 지독한 인내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감했다.

연구는 인턴을 하면서 생각했던 부분과 과거에 봤던 유사 연구 논문들, 그리고 인공지능을 다 섞어보는 방향으로 정했다. 혼자서 이를 아우르는 연구를 한다는 것이 여간 쉬운 문제가 아니었고, 실제로도 정말 지독하게 힘들었다. 그렇게 1월이 지나갔다.

 

[2022년 2월]

연구 아이디어만 생각하기엔 8월 졸업까지의 시간이 너무나 촉박했다. 그래서 의료 이미지의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회사에서 배웠던 것을 응용해서 직접 만들어냈다.

이젠 이거 어떻게 돌리는지 기억도 안 난다

이 코드는 다행히 성공적으로 돌아가서, 추후에 교수님이 말씀하시길 나중에 선형대수학 과목을 연다면 이걸 가지고 과제를 직접 내보려고 한다고 말씀하셨다. 어쨌든 이 과정 자체가 선형대수 응용이기도 하고, 구글링 해서 잘 찾아보면 코드(내 거)는 있고, 어쨌든 돌아가는 거 확인했으니까 하시면서 말이다. 미래의 수강생들에게 미리 애도의 말을 전한다.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약 2주간의 개고생 끝에 위에 말한 세 가지를 섞는 아이디어를 내는 것에 성공했다. 정말 우연찮게 본 위키피디아에 링크가 걸린 논문에서 엄청난 아이디어를 얻었고, 이를 내 방식대로 섞었더니 진짜 말이 되었다. 바로 그 방향으로 코딩에 착수했다.

그 이후로는 연구를 하면서 동시에 취업 준비를 할 수 있게끔 시간 배려를 주셨다. 이때 과거 말로만 듣고 하지는 않았던 백준과의 인연이 시작된다.

2022년 2월 22일에 시작한 백준 2022년 2월 22일에 시작한 백준

 

[2022년 3월]

새 학기가 시작되었고, 연구의 성과는 아직 안 나왔지만 이젠 석사 졸업 절차를 밟아야 할 때였다.

간단하게 석사 졸업 절차가 어떤지 설명하자면, 소정의 학점 이수 / 최소 졸업 가능 논문 작성 / 퀄(Qual, 종합 시험이라고도 불림) 통과 / 영어 시험 통과를 미리 해야 하며, 졸업하는 학기에는 디펜스라 하여 졸업 논문을 발표하고 교수님의 공격에 방어를 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최종적으로 졸업이 된다. 디펜스는 총 두 번에 걸쳐서 하며, 각각 예심과 본심으로 불린다.

예심을 하기 위해선 예심 심사를 신청해야 한다. 심사해주실 교수님을 모집하고, 심사 장소도 직접 구하고, 신청서를 넣어야 한다.

하지만 아뿔싸! 내가 신청서를 넣으려는 그때에 코로나에 걸려버리고 만 것이다...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섬짓하다

심지어 이때가 예심 최종 신청 날의 전날이었다. 결국 교수님께 부득이하게 예심 신청을 부탁드리고 다시 내 할 일에 집중했다. 사실 집중이 당연히 안되었던 게, 코로나가 심하게 아팠었다...

예심의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고, 아직 연구 결과는 나온 것이 없었다. 말 그대로 도박이었다. 반드시 연구를 성공시켜야 했다.

얼마 안 있어 인공지능 코드를 다 만들었다. 코드는 과거 만든 뼈대가 있어서 2~3일 만에 바로 제작해서 학습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 학습이 2~3주를 잡아먹고 내 정신도 잡아먹을 줄은 그때만 해도 몰랐다...

계속 에러가 내가 원하는 수준까지 떨어지질 않는 것이었다. 사실 진짜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트라우마가 올 정도로 멘탈이 극한까지 몰렸었다. (사실 이게 2월 기억인 줄 알았는데 3월 기억이라는 걸 보면 정말이지 기억하기 싫었던 모양이다) "이게 되어야 졸업을 하는데... 이게 되어야 졸업을 하는데..." 하면서 2주 넘게 학습이 끝나면 돌리고, 다시 학습이 끝나면 또다시 돌리는 무한 순환의 굴레에서 굴려졌다. 잠은 학습하는 시간마다 잤고, 게임은 엄두도 못 냈으며, 검도는 갈 시간조차 안 났다.

실제로 당시에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카톡을 날리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잘 모르는데, 이때 이야기를 하면 하나같이 친구들이 "그때 진짜 고생 많이 했지..."라는 말을 한다. 그 정도로 기억하기 싫은 기억이었나 보다.

결국 마지막으로 수정한 코드를, 이게 안되면 진짜 나가떨어져서 죽어야지 하는 심정으로 돌렸는데 결국 그 코드는 오차가 원하는 바운드 안으로 들어온 상태로 학습에 성공했다. 기적이 아니고선 그걸 설명할 길이 없었다.

 

[2022년 4월]

연구가 마무리되고, 예심과 학회 발표 준비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거의 그걸로 다 보낸 것 같다.

그리고 못생긴 녀석이 갑자기 우리 집에 들어오게 되었다. 작년에 16년을 살고 간 개를 보내고 다시는 개를 안 키우겠다던 어머니랑 누나가 결국엔 개가 보고 싶어서 들였다. 푸들과 말티즈가 섞였다고 하며, 집안 최고의 말썽꾸러기지랄견가 되었다.

8개월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못생겼고, 이름은 '솔'이다

그리고 예심의 날이 밝았다. 예심 당일에 잠도 잘 못 자고 예심 발표에 많은 시간을 준비했지만 심사 전까지 지도 교수님한테 알차게 까이면서 급하게 또 수정하고 준비했다. 다행히 예심은 통과했다.

진짜 이때 행복했다

예심을 위해 원주에 1박 2일로 머물고 갔는데, 그때 마침 1년 동안 다닌 검도관에 들러 사람들도 만나면서 힘을 얻고 갔다.

여전히 원주에는 보고싶은 애들이 많다

예심 이후에는 졸업 논문 작성 준비와 학회 발표 준비로 분주하게 지냈다.

 

[2022년 5월]

졸업 논문 준비, 학회 논문 준비 그리고 취업 준비로 정말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진짜로 뭐 찍은 사진이 거의 없다.

내 연구가 거의 내 힘만으로 일궈냈고 교수님은 옆에서 컨펌해주시다 보니 학회 논문을 작성할 때 교수님이 내게 교신저자도 나로 걸고 단독 저자로 내라고 하셨던 적이 있었다. (아마 반쯤 귀찮으신 부분도 있으셨을 것 같다) 나는 엄연히 교수님께 도움을 많이 받은 부분이 있었기에 당연히 거절했고, 학회 논문의 교신저자는 교수님의 차지가 되었다.

그리고 의자를 새로 샀다. 이 전의 의자는 오래되기도 했고 이젠 더 이상 쓰면 안 되는 수준까지 와서 결국 거금을 들여 교체했다.

시디즈 모델 중에서 전 연구실에서 썼던 의자로 고르되 색깔은 다른걸로 샀다

5월 말에 KSIAM(한국산업응용수학회) 춘계학술대회에 가서 포스터 발표를 했다. 굉장히 뿌듯했던 순간이었다.

5월 28일 KSIAM 포스터 발표

 

[2022년 6월]

해외 학회 영상을 찍으면서 학회 준비는 마무리했고, 대망의 본심이 있었던 달이었다. 확실히 디펜스가 두 번째다 보니 마음은 편했다.

인생 최고 업적 달성 순간

이 인준 사인을 받았을 때 정말 기뻤다. 결국엔 내가 뭘 해낼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 기뻤다. 합격했다는 말을 듣고 교수님들 앞에서 큰절을 올릴 정도였다. 본심을 합격한 당일에 바로 졸업 논문 인쇄 예약을 하러 갔다.

졸업 논문을 20부밖에 못 뽑은 게 아직도 한이다

그 이후로는 정말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게임을 하면서 잠깐의 여유를 즐겼다.

페르소나 5 스크램블만 미친듯이 했다

 

[2022년 7월]

7월 첫날에 졸업 논문을 전해주러 갈 겸 해외 학회 온택트 발표를 위해 원주로 달려갔다. 학회 발표를 영상으로 대체하는 방법이 은근 괜찮은 거 같다. 다만 해외 학회인데 하필이면 열리는 곳이 서울인데다가 온택트라서 슬펐다.

내 졸업 논문에는 여태 많은 도움을 받았던 교수님들의 응원글을 부탁했다. 아직도 이 글들을 보면 마음이 기쁘다.

중간에 텅 빈건 무시하자

그리고 처음으로 취업 프로세스를 경험해보기도 했다. 과제 전형까지는 OK를 받았지만 면접에서 머신러닝 포지션으로는 정말 뭘 물어보는지를 몰라서 준비를 못했다. 사실 지나서 보니 안 한 게 맞을지도 모른다. 결국 당연하게도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다.

그 회사

그래도 이 면접을 토대로 면접이라는 게 어떻게 흘러가는지, 그리고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는 것에 큰 수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이후로는 그냥 무난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왜냐면 채용 기간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2022년 8월]

광고를 엄청 때리길래 궁금한 참에 토스 NEXT 개발자 코딩 테스트에 지원했다. 물론 결과는 4문제 중 3솔브로 탈락.

재미는 있었는데 재미만 있었다

그리고 생애 최초로 나라에서 해주는 건강검진도 받았다. 놀랍게도 시력이 1.5 / 1.5로 늘었다.

왜 오르는거죠

그리고 연세대학교 본캠에 가서 졸업사진을 찍었다. 이때 와준 친구 녀석들과 친척 녀석, 그리고 형님 한분에게 아직도 많이 감사하다.

이 날이 정말 더웠는데 석사 가운까지 입으니까 사람 죽을 뻔 했다

 

[2022년 9월]

성남시장배 검도대회 유급자부에 출전해서 3등을 차지했다. 대회라는 곳에서 처음으로 받아본 상이었다.

초심자의 행운이 따라주긴 했지만 내심 기뻤다

하지만 이 달은 굉장히 심적으로 고달팠던 때이기도 했다. 잡코리아의 모든 채용 공고를 봤지만 머신러닝 엔지니어 신입을 뽑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원주로 가서 조금 쉬기도 했다.

우리 캠퍼스는 언제나 이쁘다

근데 원주를 간 날 당시에 넥토리얼 공고가 떴는데, 머신러닝 엔지니어 채용 공고가 있었던 것이다. 정말 절치부심 하는 마음으로 지원했다. 또한 한 유명 중견 기업에도 공고가 떠서 관심이 생기길레 지원을 했다.

 

[2022년 10월]

호기심에 지원한 중견 기업에 덜컥 최종 합격해서 정말 놀랐다. 하지만 면접 때 받았던 경험이 워낙 나빴기도 했고, 내가 여기서 버티기는 힘들 거 같아서 결국 포기했다. 2차 면접 중에 '1차 면접에 40명이 지원했고 나만 2차 면접에 왔다'는 말을 면접관에게서 들었고, 그래도 내가 아예 못하는 사람은 아닌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넥토리얼은 서류까지 정말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과제 전형에서 전부 다 떨어지고 말았다. 공지 메일도 10월 말에 던져줘서 허탈했다. 지금 와서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한 과제는 일주일 동안 진행되었는데 탈락을 받으니 쏟아부은 그 168시간이 너무나도 아까웠다. 개인적으로 이 프로세스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 메일을 받았을 때 진짜 모든걸 다 때려치우고 싶었다

결국 게임 회사는 나를 원치 않는다는, 정말 받지 않았으면 했던 절망적인 엔딩이 와버렸기에 이때 좌절감이 정점을 찍었다. 덤으로 취업문이 더 안 보이게 되었다는 공포까지 동시에 찾아오게 되었다.

 

[2022년 11월]

좌절감이 절정을 찍을 때였던 11월 1일, 한 헤드헌터의 메일과 카톡이 동시에 왔다. 처음에는 스팸인 줄 알았으나, 메일을 까고 보니 정말 현혹되는 제안을 내게 주신 것이었다.

진짜로 이런 제안을 받아볼 줄은 꿈에도 몰랐다

10월에 게임 회사에 가는 것을 포기해야 했던 절망적인 상황에서 차선책이라도 선택해야 했던 시점에 절묘하게 온 메일이 내 마음을 뒤흔든 것이다. 헬스케어 기업이었고, 내가 커리어를 쌓고 싶은 포지션으로 추천이 왔었다. 집이랑 매우 가까웠기도 했다. 결국 이 메일을 받은 날에 정말 무언가에 홀리듯 내 CV와 포트폴리오를 전달했다.

이 제안 이외에도 다른 한 헬스케어 기업의 제안도 받았다. 넥슨에 다니는 오랜 친구의 왈,

"했던 분야로 돌아가니까 피리 부는 소년이 되어버리는구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틀린 말은 아닌 거 같았다. 신입인데 헤드헌터한테서 이런 구체적인 제안받기 정말 어렵다는 것은 취준 중인 사람이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두 번째 제안은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유가 달라서 탈락했다. 이 탈락은 내가 원치 않은 일을 할바에 회사에서 떨군 것이기 때문에 되려 회사가 영리하다고 느껴졌었다.

첫 번째 제안에서의 회사는 나를 좋게 봐주신다는 이야기와 함께 1차 면접 합격을 받았다.

또한 11월 5일이 되는 날에 백준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하나 나왔다. 256일 동안 꾸준히 한 문제 이상 풀어 도합 1000문제를 풀게 되었다.

이 때 넥토리얼 탈락 때문에 정말 힘들어서 소개를 저렇게 적었는데, 라비쉬는 어떤 한 욕의 백마스킹이다

 

[2022년 12월]

내 생일이 있었다. 생일 전후로 검도 초단에 합격하고, 11월에 제안받았던 회사의 최종 합격 메시지도 받았다. 생일 선물을 겹경사로 받은 것이다. 물론 당연하지만 내 주위의 사람들이 내 생일을 축하해준 것에 대해 언제나 감사함을 느낀다.

사실 검도 초단도 재수해서 땄다
정말 큰 짐을 내려놓았다

15일에 오랜만에 학교에 다녀왔다. 하필 눈이 오는 날이어서 차는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새롭게 지어진 컨버전스 홀도 구경하고, 오랜만에 학교 사람들도 만나고, 교수님에게 많은 축하와 조언도 들었고, 연구실 사람들과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춘하추동 언제나 이쁜 우리 학교

19일 월요일에 첫 출근을 하게 되었다. 거리도 정말 가깝고, 가파른 성장을 보여주는 데다가 커리어면으로 성장하기 정말 좋아 보여서 내년엔 이곳에서 내 실력을 열심히 갈고닦지 않을까 싶다.

 

[올해를 돌이켜보면]

참 인생 힘들고 어렵다는 걸 매년 느낀다. 그래도 올해는 인생 처음으로 행복한 연말이 된 것 같아서 내심 기분은 좋다.

이젠 진짜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만약 진로와 관련해 많은 어려움을 느껴 연락을 준다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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